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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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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솔로 운전
작성자 한용운 작성일 2006-07-29 21:40:57
미국에서 출장 시절을 보낼 적 이야기이다. 낮 시간에 실험을 준비하느라고 분주한 가운데 갑자기 집으로 가야하는 문제가 생겼는데 왕복 2차선인 길에서 약 25마일 정도로 천천히 가는 앞차를 따라가게 되었다. 통상적으로 교외지역의 도로는 왕복 2차선이지만 50마일로 달리도록 설계되어 흐름이 빠르다. 바쁜 마음에 얼마나 오랜 시간이었는지 답답하기가 말할 수 없었다. 물론 내 뒤에도 많은 차량이 같은 마음으로 뒤 따르고 있었다. 인내의 한계에 왔을 때, 다행히 시내를 진입하면서 추월선으로 들어갔다. 추월하면서 왼쪽 창으로 앞차의 운전차를 바라봤을 때 ‘아하’ 이해가 되었다. 70세도 넘어 보이는 할머니가 안경을 쓰고 어렵게 운전하고 있는 것이다. 순간적으로, ‘왜 집에 있지 않고 나와 다니는 거야’ 화를 내며 추월하여 빠르게 지나갔다. 그렇지만 곧 화를 냈던 내 자신은 곧 후회하였고 그 분에게 매우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40년 후의 모습이 그 할머니와 같지 않겠는가. 아마도 그분은 거리로 나서기 위하여 며칠이고 고민하다가 어렵게 솔로운전을 결행을 했을 것임을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차간거리를 조금 더 두고 편안하게 해 드렸어야 했다. 내 자신이 그 나이가 되면 누가 나를 위하여 일일이 운전을 해 주겠는가. 오히려 할머니의 용기를 존경했어야 했다.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자동차는 필요악이며 도로는 생활의 일부가 된 셈이다. 소형차의 엔진 만해도 100마력이 넘는 힘을 가지고 있으니 옛날로 생각하면 말 100마리가 끄는 마차를 혼자서 타고 가는 엄청난 낭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수 만 마리의 말들이 질주하는 도로를 만들어야 하니 그 아름다운 자연의 많은 공간이 도로로 변한다.

비싼 땅값을 주어 보상하여 곧게 만든 4차선 도로변은 곧 주차차량이 점거하여 2차선이 되어 버린다. 마을의 골목마다 주차전쟁이고 이웃은 항상 주차경쟁 대상인 것이다. 현재의 차량 증가 추세로는 각 블록마다 대형 주차 빌딩을 지어서 길거리에 방치되는 모든 차량을 모으는 것이 유일한 대안인 듯 보인다. 이 경우 최소한 같은 블록 내에서는 모든 경우에 걸어 다닐 각오를 해야 한다.

우리는 사실 자동차를 얻은 후 그 권리와 편안함을 추구하는 면에 너무 익숙해져있고 자동차가 있음으로 발생되는 의무와 예의를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다. 자동차를 운전한다는 것은 실제로는 매우 까다로운 규칙 내에서 제한된 편리함만을 누리도록 되어 있다.

그 까다로운 규칙의 제1호는 약자에 대한 배려이다. 도로에서의 약자는 일반적으로, 초보운전자, 여성운전자 그리고 노인운전자일 가능성이 크다. 물론, 행인은 가장 약한자이다. 우리 모두 초보운전자였을 경우 차선 변경하기가 제일 어려운 것이었던 기억이 있다. 또, U턴을 시도하는 것 역시 어렵다. U턴 신호가 떨어지면 긴 U턴의 행렬을 따라가지 않고 중간에 짧은 U턴을 시도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경우 긴 U턴 차량의 행렬과 부딪혀 사고의 위험이 극대화 된다 이때, 초보자는 매우 당황하게 된다.

우선도로의 개념이 없는 두 도로가 만날 경우, 인내심을 가지고 한 차씩 교대로 진입하도록 서로를 배려해야 한다. 신호등이 없는 골목에서 주도로로 진입하는 차량들은 철저히 약자가 되기 때문에 주도로의 진행 차량이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가능하면 양보하여 진입시켜야 한다.

또한, 아무리 정체된 도로지만 응급 및 소방차량을 위해서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공간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실제로 응급차량이 진행할 때는 같은 방향 진행 차량들은 길 변에 바짝 붙어서 정차하여서 응급차 운전자에게 안정감을 주도록 해야 한다.

교통 선진국에서는 차량을 통해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경우를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그들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매우 견고한 규칙을 시스템으로 가지고 있다. 그들의 운전 및 도로 사용 습관들은 매우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해온 흔적이 있다. 역시 이들 나라의 경우에도 약자를 최우선적으로 배려하는 교통문화를 교육한 것이다. 아마도 이런 것들을 국가의  실력이라고 말할 수 가 있다.

속도를 경쟁하여 차선을 선점하려는 쾌감보다는 남보다 10킬로 정도 늦게 따라가면서 여유로운 도로 공간을 차지하는 것이 훨씬 안전하고 빠른 운전이 된다. 영국에서는 운전면허를 받는 순간 면허증에 ‘당신은 공식적인 살인면허를 받았습니다’ 라는 경고 메시지를 함께 받는다. 상대방을 배려하지 못하면 끔찍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경고인 것이다. 이제 우리는 도로에서만이라도 서로를 이해하는 습관이 매우 필요한 환경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인 것을 거역할 수 없다.

이제, 앞서 80대 노인이 솔로 운전을 해야 되는 상황은 외국의 사례가 아니고 바로 우리의 현실임을 알아야 한다. 따라서 늦기 전에 모든 교통 흐름에 관련된 장치나 도로 구조, 차선과 주차환경 및 운용시스템 등은 아주 어두운 밤길에 80대 노인이 낯선 곳을 방문하여 혼자서 운전하는 경우를 가정하여 정돈되어야 하며 도로에 발을 들여 놓은 자는 그 분과 똑같은 자격으로 도로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나 자신도 운전대를 잡으면 옆자리에 앉은 아내로 부터 자주 질책을 당한다. 많은 경우 ‘아니 어찌 저렇게 무례한 운전을 하는가’ 하고 순간적으로 분을 참지 못한다. 아내는 곧 ‘당신의 아내는 저 사람보다도 더 미숙하게 운전해야하니 참아야 한다’고 힌트를 준다. 순간 미안한 마음이 들어 씩씩거리다 머쓱해진다. 이내 내 자신이 80세가 되면 저 경우보다 더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 요즈음은 좀 더 잘 참는다.

마치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들이 믿음이 가장 약한 분을 위해서 집중적으로 기도하듯이 이제 우리 크리스챤들에 의하여 노인과 같은 약한 자들이 도로의 주인공이 되는 환경을 만들어 가는 꿈을 꾼다. 예수님은 가장 강하신 분이셨지만 가장 약한 자의 위치에서 스스로 고통을 감당하셨다.


우리 강한 자가 마땅히 연약한 자의 약점을 담당하고 자기를 기쁘게 하지 아니할 것이라 우리 각 사람이 이웃을 기쁘게 하되 선을 이루고 덕을 세우도록 할찌니라.(롬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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