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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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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죽음
작성자 신호균 작성일 2006-06-04 01:37:20
최근, 수험생 네티즌 사이에서 '죽음의 트라이앵글'이라는 동영상이 화두가 되고 있다. 입시 제도를 비판하고 희생되는 수험생들의 고난을 담은 영상물이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1, 2회의 시험을 봐야 했던 본고사 세대, 1회의 수능 시험이 당락을 결정했던 수능 세대와 달리 약 15회의 시험을 치러야하는 사상 최악의 입시제도는 내신, 수능, 논술이라는 세 가지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면서 수험생들을 죽음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하는 내용이다.

지난 십수년 전 청년부에서 교사로 섬기던 성경공부반의 두 자매가 죽음으로 우리 곁을 떠나게 되었다. 그 당시 성경공부반에는 10여명의 조원들이 매주일 오후 함께 말씀의 교제를 나누었다. 1-2년 동안 성경공부반에서 함께 교제하던 두 자매의 죽음은 나에게 아주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A자매는 사람들과 만나 이야기하는 것을 매우 싫어하였다. 용기를 내어 수개월간 가끔씩 나오던 주일 오후 성경공부반에 처음에는 1-2주씩 빠지다가 나중에는 조원들이 연락을 하면 전화를 받지도 않고 심방을 가도 문을 닫고  열어주지도 않으며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였다. 몇 달을 빠지더니 나중에 들린 소문에 의하면 우울증으로 아무도 그의 죽음을 보지 못하였으며 사후 시간이 좀 지나서야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었다고 전해 들었다. 나에게는 아직도 매우 슬픈 기억으로 남아있다.

B자매는 당시 30대 후반으로 남편과 아이들이 있었다. 심장판막증 환자로 인공심장에 의해 힘겹게 나날을 살아가는 것을 창백한 그의 얼굴에서 늘 읽을 수 있었다. 말씀으로 교제하면서 은혜를 나누게 되었는데 B자매는 힘겹게 병마와 싸우면서도 늘 마음에 기쁨과 평강이 떠나지 않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어느 날 성경공부 반에서 자신이 유년부에서 교사로 섬기게 됨을 자랑스럽게 고백하였다. 병든 몸으로 어떻게 교사의 직분을 감당할까 염려했는데 알고보니 신발을 정리하는 보조교사로 섬긴다는 것이었다. 그 자매는 병든 몸이지만 이렇게 섬길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고 간증하였다.

하루는 성경공부 반에서 함께 기도회겸 야유회를 동명기도원 뒷산으로 가게 되었다. 이 자매는 건강이 좋지 않아 산에 올라갈 수 없기에 기도원에서 쉬기를 바랐는데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이 좋아 산 정상에 오르게 되었다. 산에서 잠시 쉬다가 하산하여 기도원 가까이 내려오는데 갑자기 이 자매가 호흡이 곤란하고 불편하기에 빨리 집으로 가도록 권유하였다. 이때 평소 자매의 어려운 가정형편을 잘 아는 조원 H 집사님(현재 권사)이 나에게 수표 한 장을 전해 주면서 그 자매에게 전해 줬으면 하였다. H 집사님의 따듯한 마음에 감사드리며 조심스럽게 그 자매에게 전해 드렸다.

이것이 그 자매와의 이 땅에서 마지막 만남이 되었다. 며칠 후 주일날 교회에서 그 자매의 죽음 소식을 듣게 되었다. 몇 사람의 집사님들과 함께 그 자매 집에 조문을 가게 되었다. 남편을 만나 지난 주에 산 정상에 올라가지 않았더라면 하는 생각으로 송구스러운 마음으로 조심스럽게 위로의 인사를 드렸다. 그 때 남편은 아내의 이야기를 이렇게 하였다. 제 아내가 지난 2년여 동안 질병가운데서도 교회생활이 너무 행복하였다고 고백하는 것을 늘 들어왔다고 하였다. 아내는 몸이 불편한 가운데서도 천국생활을 하다가 갔다고 하였다. 지난 주에도 기도원에서 친교회를 한다고 좋아하길레 가라고 권고하였다고 하면서 그 동안 아내를 행복하게 해 준것에 대해 감사하였다. 그 자매는 가야할 천국을 이 땅에서 먼저 경험과 훈련하면서 준비한 것을 알 수 있었다. H집사님이 전해 준 수표는 그 자매의 장례비의 일부가 되었다.

B자매의 섬김은 비록 하잘 것 없다고 생각되는 신발을 정리하는 보조교사였지만, 주님께서는 B자매에게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신발 정리하는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여기서는 많은 것으로 맡기리니 나의 혼인잔치에 초청한다고 말씀하실 것을 확신한다. 작은 일에 충성하면서 아름다운 죽음을 준비한 B자매와 같이 우리 모두가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하는 종들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 주인이 이르되 잘하였도다 착하고 충성된 종아 네가 적은 일에 충성하였으매 내가 많은 것을 네게 맡기리니 네 주인의 즐거움에 참여할지어다 하고(마 2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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