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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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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법과 미안한 법
작성자 한용운 작성일 2006-08-12 23:08:04
현대는 자기 PR(홍보; Public Relations)시대라고 한다. 잘 발달된 매체들에 의하여 노출되는 광고의 콘티들은 내면적으로 잠재된 인간의 감성을 섬뜩할 정도로 자극한다. 입사 시험을 위해서 자기가 가진 모든 능력을 한정된 시간과 지면을 통해 알리는 기술은 마치 넓은 숲 속에서 햇볕을 보려고 남보다 더 자꾸 키를 세우기 위해 곧게 솟구친 생존경쟁을 하는 나무들과 같다. 기업 간의 수주 경쟁을 벌일 경우 인간의 한계를 총동원한 자기 알리기가 계획되고 제출된 모든 것을 계수화 하여 0.1점이라도 높은 점수를 받은 자가 선택되고 이러한 과정을 조직적으로 감당하는 능력을 그 기업의 실력이라고 한다. 이러한 실력을 갖춘 자가 일을 맡게 되는 것은 당연한 법이다.

우리 시대에 이 당연한 법이 정착되기 까지 많은 시간이 흐른 것으로 생각된다. 부자가 넓은 집에 살고 자녀들이 풍족한 생활을 하는 것, 많이 배운 자들이 언론에 나서며 많은 지식을 쏟아 내며 가르치는 것, 기술이 능한 운동선수들이 화려한 플레이와 연봉을 많이 받는 것들은 매우 당연한 법으로 이해되고 이제는 이의를 달지 않는다. 결국 노력하고 실력있는  자가 그 결과에 상응한 대우를 받는 것은 매우 상식적인 것이 되었고 모두들 이러한 위치에 도달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학창시절에 전형적인 공대생이었던 필자는 우중충한 일제식 건물들 가운데 먼지가 지면에 가득한 그렇지만 날리지 않았던 어두컴컴한 강당의 복도를 지나던 때가 생각난다. 당시에 클래식 음악 감상에 겨우 입문할 즈음이었는데 마치 음반에서 나오는 소리 같이 능숙하게  쇼팽의 즉흥환상곡(Op. 66)이 연주되는 것을 듣고는 기대감에 잠시 흥분한 적이 있다. 호기심에 누가 연주를 할까 들여 다 보았을 때 연주자를 보고는 잠시 숨이 멋은 적이 있었다. 안면은 익숙하지만 이름을 몰랐던 항상 우울해 보이고 조용했던 말하자면 외모가 볼품없고 초라했던 친구가 아무도 없는 썰렁한 강당에서 연주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인기척에 그가 연주를 멈추고 나를 보더니 멋쩍은 표정으로 미안하다 하면서 바로 나가 버렸다. 그 미안하다는 말이 오랫동안 나를 사로잡고 말았다. 공부도 잘했을 것이며 피아노 실력도 대단하기에 아마도 가정환경도 좋았을 것이고 평범한 학생들이 부러워하는 것이 당연한 법인데 그 친구는 미안하다면서 어쩔 줄 몰라 했던 것이다. 아직도 그 친구의 이름도 모르고 지금은 어떻게 변했을지 궁금하다.

힘있고 실력있는 자가 존경받고 우대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그런 대우를 받는 당사자가 미안해하는 것은 너무도 귀하고 아름다운 것 같다. 당연한 법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동일한 목표를 추구했던 공동체의 많은 사람들 중에 한 사람만이 선택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결국 다른 지체들의 희생이 동반되었을 가능성이 많다. 그렇지만 미안한 법은 타인들이 당연하게 생각할지라도 나한테 그럴 자격이 없는데 주님이 그런 대우를 해주시기 때문에 정말로 부끄러워하는 감사함의 고백이 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당연한 법보다 미안한 법이 가지고 있는 자세가 훨씬 공동체를 아름답고 능력 있게 만들어 가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지금의 우리 사회는 당연한 법들이 만연해 있고 이 당연한 법의 당위성을 제시하기 위하여 피곤한 자기 PR의 무한 경쟁사회로 치닫는 감이 있다. 성경 말씀은 심지어 믿음이 좋은 것도 경쟁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셨다. 드러내는 당연한 법은 많은 공동체의 상심을 가져다 줄 수 있음을 경계하는 말씀이다. 비록 부유하고 많이 배웠고 여러 면에서 실력을 갖춘 지체일지라도 공동체의 대다수 구성원들을 배려하기 위하여 가능하면 보이지 않도록 자신들을 낮추고 살기를 원하신다. 혹시 자기도 모르게 드러나게 될 경우 재 빨리 감추기 위한 미안한 법을 활용하는 아름다운 삶의 모습이 되는 것이 바라고 계신다.      

이제 우리 민족은 동방의 조용한 예의를 중요시 하는 나라가 아닌 모습으로 바뀌고 있다. 그 여유로움은 무한 경쟁에서 뒤떨어질 수 있다는 절박함 때문에 오히려 매우 도전적이며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모습으로 바뀌어 당연한 법을 추구하는 모습으로 변하고 있으며 그 당연한 법을 주장함으로 얻어낸 결과물들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우리 젊은이들은 어쩌면 우리 선대들께서는 미안한 법이 당연한 법보다 훨씬 힘이 있었고 아름다웠다는 것을 확신하고 실천한 세대였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비록 부유한 환경을 갖지는 못했지만 드러나지 않고 지금의 세대를 위하여 묵묵히 희생을 해왔던 그 세대의 겸손함을 배워야하며 바로 그 점을 하나님께서는 사용하셨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우리도 충분한 실력을 쌓을 수 있는 환경에 놓여있기 때문에 앞서가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하지만, 가진자, 배운자, 힘 있는 자들의 상식 속에 미안한 법이 통용되는 여유로움을 가질 때,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우리나라에 말씀을 맡기시어 이 무한 경쟁시대에도 계속해서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는 도구로 사용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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