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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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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이야기
작성자 신상형 작성일 2006-11-20 09:33:30
  세상이 시끄러워지면 많은 사람이 ‘한 수 가르쳐주는’ 힘센 지도자로 자처합니다. 선생은 선생대로, 목회자는 목회자대로, 정치가는 정치가대로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따르라고 하지요. 자기의 입장을 내세우는 한편, 다른 사람들의 행태를 비난하면서 목청을 돋웁니다.  요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 후보에 대해 관심을 쏟습니까? 또, 꼭 대통령은 아니더라도 단체나 관공서에서 혹은 회사나 교회에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납니다. 규모가 작다 뿐이지 그곳에서 모두가 <왕>이 되고 싶어 합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떡하죠?
  성경(사사기 9장)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하루는 산에 있는 나무들이 회의를 열어 임금을 뽑기로 뜻을 모으고 후보자 물색에 나섰습니다. 맨 먼저 올리브 나무에게 가서 왕이 되어달라고 했더니, “내가 생산하는 올리브기름은 하나님과 사람을 영화롭게 하는 것인데, 그것을 버리고 나무들 위에 군림하란 말이오? 나는 싫소.”라고 거절을 했습니다. 다음은 무화과나무를 추대했는데, 그는 아름답고도 탐스런 열매 맺는 것이 나무들 위에서 우쭐대는 것보다 낫다고 역시 거절했답니다. 세 번째로 포도나무에게 대권을 부탁했더니, 하나님과 사람을 기쁘게 하는 포도 생산을 멈추고 다른 나무 위에 군림하는 일에 자신은 관심이 없노라고 그 제안을 물리쳤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시나무에게 가서 왕으로 추대한다고 했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반갑게 승낙하고는, ‘와서 내 그늘에 피하라 그리하지 않으면 불이 나와서 사를 것이다’라고 욕심 사나운 저주까지 퍼부었습니다.
  참 이상하지요. 멋진 열매를 생산하고 큰 그늘을 제공하는 올리브, 무화과, 포도나무는 왕이 되는 데 관심이 없는데 반해 그늘도 별로 없는 가시나무가 자기 밑에 와서 쉬라고 하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화를 당할 것이라고 막말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주위를 둘러보면 현재의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나무들이 가진 재미있는 특징을 볼 수 있습니다. 이 특징은 앞의 세 과수와 뒤의 가시나무가 구분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첫째로 앞의 세 나무는 각각 자신의 열매를 생산하여 그것을 사람(올리브, 무화과, 포도)과 하나님(올리브, 포도)께 공급하며 그들의 필요를 채우는 일을 하는데 비해, 가시나무는 열매란 없고 온통 가시만 뻗어가고 있습니다.
둘째로 앞의 세 과일나무는 가지런히 가지와 잎을 뻗어가면서 특정한 부위에 열매를 소담스럽게 맺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것을 관찰해보면 신비로움을 느낄 정도로 모양과 색깔 그리고 열린 지점이 정확합니다. 그에 비해 가시나무의 가시는 온갖 곳에 가시를 돌출시키기 때문에 과수원 중간에는 심을 수가 없고 단지 과수원 울타리로만 - 파수꾼 혹은 시종으로만 - 쓸 수 있을 뿐입니다.
셋째로 세 과일나무는 자기의 일에 충실하고 그것을 자기 주제로 소중히 생각하고 하는 일에 몰두한다는 것입니다. 나아가 그들은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습니다. 과일을 들여다보면 그것이 무화과이건 올리브이건 포도이건 간에 그 자체로 아름답기 이를 데 없습니다. 그것을 통해 신묘막측한 하나님의 솜씨도 나타나지만 나무들이 그것을 만들기 위해 물과 거름기를 빨아들이는 데 얼마나 애를 썼을까요? 반면, 가시는 우리 눈살을 찌푸릴 만큼 모양도 흉측하지만 따고 싶은 열매도 없으니 사랑스러운 것은 아무 것도 없는 게지요.
  이렇다보니 그들의 관심은 근본적으로 달랐습니다. 과수들은 자기의 일에 몰두해서 소담스런 열매를 맺는 일을 <하는> 데 관심이 많았던 데 비해, 가시나무는 생산하는 것이 없으니 자신을 드러내어 다른 나무와의 관계에서 무엇이 <되는> 일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사실 가시나무는 자신의 고유한 일이라는 게 없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불안했고, 자기의 자리 - <되는> 일 -가 주관심이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강박관념을 가진 나머지 자기가 왕이 되는 일에 방해하는 나무들을 협박하려고 저주까지 퍼붓게 됩니다. 원, 참.
  이 이야기를 쓰면서 문득, 최근 서울의 한 대학을 총장을 지낸 분이 ‘당신을 대통령 후보로 추천하겠다’는 말에 ‘저는 제 할 일이 바빠 대통령 할 생각이 없고, 또 그럴 인물도 되지 못합니다.’고 정중히 거절하였다는 뉴스가 생각났습니다. 갑자기 그분의 얼굴이 확대되더니 그 위로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들의 얼굴들이 빠르게 스쳐갔습니다. 그리고는 한참 뒤에 희미하고 초라한 작은 얼굴하나가 그 분의 얼굴 위를 도망치듯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그 얼굴이 제 사진과 너무나 닮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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